만두 – 큰이모

다음 생애는 꼭 당신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지은이: 미상

당신 발치에서 내 생애를 보낼 수 있다면…
낮엔 태양 빛으로 밤엔 별빛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그 어떤 빛으로든 당신을 비추고 싶습니다.

흔적도 없이 증발해 공기가 되고 싶습니다.
늘 당신 주변 맴돌 수 있게…
당신의 호흡을 통해 당신 몸 속 하나하나 여행하고 싶습니다.
심장도…폐도…

비가 되고 싶습니다.
아파오는 이 사랑에 눈물 짓는 내 맘 당신이 아시도록…
때론 보슬비로… 때론 소나기로…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파란 바다와 같이 사랑에 멍든 이 맘 당신이 아시도록
작은 돛단배 위협하듯 출렁이는 폭풍같은 내 사랑이 바다와 닮았으므로…

당신 발치에서 내 생애를 보낼 수 있다면…
세상의 그 무엇이 된다해도 좋습니다.
모래 알갱이가 된다해도…

사랑합니다.
당신의 숨결 하나하나 모습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잠시 눈 깜박이는 순간에도 그리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심장이 멎는 그 순간까지 아니 그 후에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 보낸 후 밤새 잠들고 싶지 않습니다.
꼬박 당신을 그리며 밤을 지새우고 싶습니다.

무뇌증이고 싶습니다.
당신 떠올리지 않게 그리워하지 않도록

심장이 조여 오는 듯한 이 그리움
당신 보낸 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랑해요!

다음 생에 태어나면 꼭 당신으로 태어날 겁니다.
다시는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학생시절 큰이모 집에 심부름 간 적이 있었다
고생했다 먹고가라며 물만두를 끓여서 내왔다

그 당시 봉지만두라는 50개들이 새로나온 것이었는데
한봉지를 다 넣어서 끓였다
만두 구경을 해보지 못했던 나는 몇 번을 국그릇에 덜어서 먹었고
급기야 당신은 솥단지 통채로 갖다 주었다
그렇게 한솥을 다 먹어 치워버렸다

돌아가려고 문을 나서는데,
찬장속 그릇 밑에 숨겨둔 꼬깃꼬깃한 지폐를 주머니에 질러 주셨다
맛있는거 사 먹으라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많은 양을 먹었나 싶기도 하고,
제대로 먹으며 크지 못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4월 5일 한식에 산소 가서 잡초와 잡목을 제거하고
돌아오는 길에 당신 집에 들렀다
식사로 내온 쇠고기 국에 밥말아 먹으며
그 당시 만두 얘기를 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냐며
당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신은 올해로 일흔이 넘었다
호락호락한 삶이 아니었다
어린 다섯자매를 남겨놓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녀로서
그리고 새로 시집오신 어머니 밑에서 이복동생들
전부 8남매의 장녀로서 멍에가 주어졌다
계모는 어린 다섯자매를 쉽게 대하지 않았다
배워서 뭐하냐며 책과 가방을 갖다가 버리기 일쑤였고
심지어 먹는 것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다

그 당시 외남독자로 자라셨던 시아버지…
아들이 귀했다, 손주도 귀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당신은 내리 딸 다섯을 낳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갖가지 민간요법을 동원하였고
누군가 귀뜸해 준 숫소의 성기를 먹으면 된다하여
남몰래 부엌에 들어가서 엉엉 울면서 먹었다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지
당신은 드디어 아들을 낳았다
도합 2남 6녀를 거느리게 된다
지금은 전부 시집장가를 갔고
막내아들 자식의 돌이 지났다
시댁에서 대소사를 챙겨야했던 장남인 남편,
만만치 않았던 시댁삶
본가에서 대소사를 챙겨야했던 장녀인 당신
만만치 않았던 당신삶…

이제 당신은 남편이 고맙다고 했다
아이들 놔두고 먼저 갔다면 혼자서 어떻게 감당했을지…
지나보니 생각할수록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새로 태어나면 내가 남편이 되고,
남편은 아내가 되어서 만나자고 얘기했단다
고마운 것 전부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단다

당신은 어머니의 어머니처럼 지나오셨습니다
바다와 같은 마음입니다
건강하라고… 제발 건강하라고…
수차례 신신당부를 하며 차에 올랐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뵐 수 있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