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 (표준국어대사전)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은이: 류시화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그 하루를 정원에서 보내리라

허리를 굽혀 흙을 파고
작은 풀꽃들을 심으리라

내가 떠나간 뒤에도
그것들이 나보다 더 오래 살아 있도록

아마도 나는 내가 심은 나무에게 기대리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새와 곤충들 또한 나처럼 그 나무에
기대는 것을 바라보리라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지막으로 흙 위로 난 길을 걸으리라

걸으면서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진실했던 때를 기억하리라

아마도 그것이 나의 마지막 날이 되리라
그 어느 날보다 후회하지 않는.

 


우리네 시장에서는 덤이라는 것이 있다.
파는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사는 입장에서는 더 얻어가니 좋을 수 있겠다.
그 맛에 장을 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속에 인생이 있다.

덤은 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삶에도 있다.

군대시절 심신이 고단하고, 특히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커서 삶을 놓으려고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결국 실행은 하지 못했지만, 갑자기 그런 깨달음이 들었다.

내 인생 수업은 20대에 종쳤고,
이후 인생은 덤으로 주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신적인 존재에 물어보거나, 사주단자에 들어있었는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덤으로 사는 인.생.

덤은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짜로 여겨 질 수 있겠으나
결코 공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잘 요긴하게 써야 한다.

모든 날들 모든 순간들이 행복이다. 허투로 쓸 수 없다.
내게 덤 이후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나에게 덤의 양이 얼마나 주어졌는지 모르겠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끝나는 시점에 덤을 얻어서 고마워했고, 덤을 알차게 잘 사용했노라 말해보자

199X년 군대일기장 들춰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