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수선화에게 

지은이: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아기가 탯줄로 모체와 이어져 있듯이
사람은 보이지 않는 외로움과 이어져 있는 듯 하다
자다가도 외로움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게 된다
몸서리 쳐지는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불현듯 낯선 곳에 있음을 느낀다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오면서 생각나는 것은
내 옆에는 누가 있고,
그 옆에는 누가 있고,
그 옆에는 누가 있고,
그 옆에는 누가 있다.
심심하게 위안을 삼는다
그래도 그것은 이를 어쩌지 못한다 
단지 있었던 것 뿐이다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외로움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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